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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2-2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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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에서 제 아내를 데려와 강제노동을 시키지 않았습니까. 왜 책임을 부정하는 것입니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김명배(94) 할아버지는 26일 일본 동북부 도야마현 도야마시에 있는 기계·부품회사 후지코시 사장을 향해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에 이어 겨울이 채 끝나지 않은 시기에 열리는 후지코시 주주총회장을 찾았다. 김 할아버지는 주주총회에서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전북대 기숙사 노동자들의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강제노동을 시키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은 채 ‘다 끝났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후지코시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후지코시 본사를 찾은 것이 이번이 10차례를 넘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후지 강남역맛집 서초나인로드피제리아 코시 사옥 앞에서도 힘겹게 발언했지만 몰려든 일본 우익 단체들이 방해 집회를 하는 바람에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일본 우익단체들이 검은 승합차 10여대를 끌고 와 “불법행위는 없었다”거나,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를 향해 “일본인이 왜 한국을 돕냐”는 주장을 1시간 30여분 간 늘어놨다.
김 할아버지가 아흔을 훌쩍 기아자동차 구매프로그램 넘긴 나이에 경기도 용인에서 일본 동북부까지 와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아내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다. 김 할아버지의 아내 고 임영숙 할머니는 불과 12살 나이였던 1945년 후지코시가 운영하던 군수 공장에서 일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의 기운이 짙어지던 이 시기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식민지 조선에서 소학교(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여자아이들 죄송해요 도 대거 일본 공장으로 동원했다.
30년 이상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온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 연락회’(연락회) 사무실에 26일 피해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임 할머니도 일본인 담임교사의 거짓말에 효과적인 속아 1945년 3월 군수기업인 도야마에 있는 후지코시 군수공장으로 갔다. 노동 현장은 어린아이들이 감당할 환경이 아니었다. 항공기 부품을 하루 14시간씩 만들었고, 주먹밥 두 덩이로 끼니를 때웠다. 임 할머니는 일본 패전 두 달 뒤인 1945년 10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회사가 약속했던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그렇게 80년의 세월이 지났다.
임 할머니는 지난 2003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한을 풀지 못한 채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일본 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피해자 23명과 유족 등 41명은 2013년 한국 법정 문을 두드렸다. 김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대신해 원고로 참여했고, 기나긴 법정 투쟁 끝에 지난해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기업 후지코시 본사 앞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 연락회’(연락회)가 26일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후지코시는 대법원 판결 뒤에도 ‘배상 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장에서도 구로사와 사장은 “강제 연행·노동, 임금 미지급 사실이 없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난 문제” 등 지난해 주총 때와 판박이 주장을 거듭했다.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 건 윤석열 정부의 ‘제 3자 변제안’이다. 윤 정부는 2023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가해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인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가해 기업은 따로 있는데, 한국 정부와 한국인 피해자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 할아버지와 주주총회장을 찾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했지만 전범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피해자들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 후지코시 본사 앞 전경.
후지코시 쪽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피해 생존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3년 나화자, 2022년 안희수·전옥남·최희순·김옥순 할머니 등이 잇따라 별세했다. 주금용 할머니는 강제동원 구술기록집 '배고픔에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하얗게 핀 가시나무꽃 핥아먹었지'에서 “아침에 자고 나서 밥만 먹으면 공장에 가서 일만 해야 했다”, “일본 놈한테 속아서 왔다”는 아픔을 남긴 채 지난해 유명을 달리했다. 대법원 판결 승소를 이끌어낸 피해자 가운데 현재 생존자가 6명에 불과하다.
30년 이상 후지코시 피해자를 지원해온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 연락회’ 나카가와 미유키 사무국장은 “후지코시가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며 주주총회에서도 회사 쪽 인력을 동원해 오히려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행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권리와 존엄이 회복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야마/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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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김명배(94) 할아버지는 26일 일본 동북부 도야마현 도야마시에 있는 기계·부품회사 후지코시 사장을 향해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에 이어 겨울이 채 끝나지 않은 시기에 열리는 후지코시 주주총회장을 찾았다. 김 할아버지는 주주총회에서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전북대 기숙사 노동자들의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강제노동을 시키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은 채 ‘다 끝났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후지코시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후지코시 본사를 찾은 것이 이번이 10차례를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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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온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 연락회’(연락회) 사무실에 26일 피해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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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후지코시 본사 앞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 연락회’(연락회)가 26일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후지코시는 대법원 판결 뒤에도 ‘배상 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장에서도 구로사와 사장은 “강제 연행·노동, 임금 미지급 사실이 없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난 문제” 등 지난해 주총 때와 판박이 주장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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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후지코시 피해자를 지원해온 일본 시민단체 ‘호쿠리쿠 연락회’ 나카가와 미유키 사무국장은 “후지코시가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며 주주총회에서도 회사 쪽 인력을 동원해 오히려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행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권리와 존엄이 회복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야마/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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